손에서 손으로: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방정식

2025년 09월 16일

손에서 손으로: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방정식

생활경제는 흔히 단순한 소비 활동으로 여겨지지만, 그 본질을 깊이 들여다보면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노동이 맞닿아 있는 교환 관계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사람은 보통 마지막 교환 단계만을 인식하기 쉽다. 우리가 매일 소비하는 상품과 서비스는 돈으로 거래되지만, 그 돈의 실질적인 배경에는 개인이 제공한 시간, 노력, 그리고 노동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란, 결국 노동을 통해 얻은 소득으로 다른 사람의 노동이 투입된 상품과 서비스를 교환하는 행위다. 예컨대 빵을 사는 일은 단순히 음식을 구매하는 행위가 아니라, 농부의 밀 경작, 제빵사의 손길, 운송과 판매에 이르는 복합적인 노동의 연결을 우리의 일상 속에서 교환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상적 소비에서는 이러한 노동의 사슬이 보이지 않으며, 우리는 상품만을 인식한 채 그 뒤에 놓인 사람들의 삶과 수고를 잊곤 한다.

마르크스는 상품이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동시에 지닌다고 보았다. 오늘날 자본주의 소비 사회에서는 교환가치가 강조되어, 사용가치의 맥락과 그것이 어떤 노동의 결과인지가 흐려지기 쉽다. 그러나 생활경제에서의 본질적 소비, 즉 먹거리나 주거, 의료와 같이 삶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소비는 사용가치 중심의 소비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타인의 구체적 노동이 만들어낸 가치를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맑스 이즈 백(Marx is Back)'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이념적 회귀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사고 있는지를 다시 묻는 실천적 질문이기도 하다.

정의론의 관점에서도 본질적인 소비는 정당한 필요에 따라, 정당한 노동의 대가로 획득된 재화를 사용하는 행위로 해석된다. 존 롤스의 정의론은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재화의 공정한 분배를 강조하며, 그 안에서 소비는 단순한 사적 욕망이 아닌 공공성과 윤리적 책임을 동반한 행위가 된다.

심리학적으로도 소비는 생존을 넘어 자아 정체성, 사회적 소속감, 삶의 만족과 깊이 연결된다. 그러나 충동적 소비보다는 자기 삶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을 선택하고, 그것이 누구의 수고로 만들어졌는지를 이해할 때, 소비는 단순한 행위가 아닌 ‘연결의 경험’으로 전환된다. 우리는 자신이 벌어들인 자원을 통해 타인의 삶과 맞닿는, 서로를 살아내는 방식의 교차점에 서 있는 것이다.

이처럼 생활경제는 다른 소비 유형과 비교해볼 때, 상품과 서비스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이해와 사람 간의 노동 연결을 인식하기에 더 적합하다. 이 구조를 사용가치 중심으로 재편하고, 소비를 단지 욕망 충족이 아닌 관계적 교환의 과정으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 마치 바람이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는 것처럼, 소비라는 일상의 순간 속에 숨겨진 노동의 흐름을 감각하고 존중할 때, 우리는 보다 지속 가능하고 윤리적인 소비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

'손에서 손으로' 전달되는 물건은 곧,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삶이 오가는 방식이다. 이 방정식을 이해하는 순간,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구조를 다시 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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