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 간의 갈등은 흔히 막장 드라마에서 시어머니나 며느리를 각각 악마화하는 방식으로 그려진다.
“A mother-in-law and a daughter-in-law are never friends”나
“The only thing worse than a mother-in-law is two of them” 같은 서양 속담 역시, 고부 갈등을 여성 간의 문제로 단순화한다. 그렇다면 왜 여성은 가족 내 갈등의 원인처럼 인식되어 왔을까.
1. 심리학적 시각
(1) 애착과 독립의 갈등
아들은 시어머니에게는 평생 돌봐온 1차적 애착 대상이며, 며느리에게는 결혼을 통해 새롭게 형성된 주된 애착 대상이다. 한 남성을 중심으로 서로 다른 형태의 애착 요구가 겹치면서 긴장과 충돌이 발생한다.
(2) 권력과 통제 욕구
시어머니에게 아들이 며느리에게 애착을 옮기는 과정은 정서적 상실로 느껴질 수 있고, 며느리에게 남편은 새로운 삶의 안전기지다. 이로 인해 두 여성은 제한된 정서적 자원에 대한 배분을 둘러싸고 경쟁하게 되며, 갈등은 “누가 1차적 애착 대상인가”라는 심리적 투쟁으로 나타난다.
(3) 투사와 동일시
시어머니는 과거 자신이 겪었던 희생과 억압을 며느리에게 투사하거나, 며느리에게서 젊은 시절의 자신을 발견하며 갈등을 증폭시키기도 한다. 이는 가정의 주도권을 둘러싼 심리 구조와 맞물려 강화된다.
2. 사회학적 시각
(1) 가부장적 가족 구조
전통 사회는 부계 중심의 동거 가족 제도가 강했으며, 며느리는 결혼과 동시에 시댁 질서에 편입되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와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지위를 확인했고, 이는 “한 집에 두 여자는 함께 살 수 없다”는 서양의 인식과도 맞닿아 있다.
(2) 여성의 역할 갈등
여성의 사회적 활동이 제한되던 시기, 가정은 여성에게 거의 유일한 영향력의 공간이었다. 그 결과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구조적으로 경쟁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었고, 갈등은 개인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산물이었다.
(3) 현대 사회의 변화
핵가족화와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는 전통적 고부 갈등을 완화시켰지만, 문화적 잔재는 여전히 남아 가치관·양육·생활 방식의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고부 갈등은 여성 개인의 ‘악마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심리적으로는 한정된 애착 자원을 둘러싼 충돌이며, 사회학적으로는 가부장적 구조 속에서 권력을 나눌 수 없었던 여성들이 경쟁자로 놓이게 된 시스템의 모순이다. 갈등의 근본 원인은 남성 중심의 가족 제도에 있지만, 그 표적은 여성 간 갈등으로 전가되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