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는 자라지만, 관계는 남는다

2026년 02월 01일

머리는 자라지만, 관계는 남는다

헤어샵은 단순한 지역상권을 넘어, 그 동네의 얼굴인 지역상권의 허브이다..

사람들은 머리를 하러 오지만, 그 동네의 분위기와 사람을 함께 기억하고 돌아간다. 그래서 헤어샵은 지역에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지역을 기억하게 만드는 장소가 된다.
머리는 금방 자라지만, 관계는 오래 남는다.

카페나 음식점은 목적이 분명하고 머무는 시간도 짧다. 반면 헤어샵은 다르다. 사람들은 정기적으로, 그리고 꽤 오랜 시간을 보낸다. 그 사이 말이 오가고, 이야기가 쌓이며, 동네의 취향과 일상이 자연스럽게 모인다.

성수동에서 12년째 가위를 드는 헤어샵 원장 이정애는 말한다.
“처음엔 이 자리가 오래 남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냥 자리 하나 보고 들어왔죠.”
거창한 계획보다 사람이 남았고, 그래서 공간이 남았다.
“머리는 금방 자라지만, 관계는 오래 남더라고요.”

처음엔 헤어 스타일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몇 번 오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는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는 헤어샵을 기술을 파는 곳이 아니라, 사람이 머무는 자리로 본다. 그래서 이곳에는 오랜 단골이 많다.
“스타일은 바뀌어도, 여기 오는 이유는 잘 안 바뀌어요.”

동네는 변해도 사람들이 기억하는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여전히 자주 가는 곳을 중심으로 동네를 떠올린다. 카페 하나, 미장원 하나, 밥집 하나.

비슷한 헤어샵이 많은 요즘, 차별점을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과하게 하지 않는 거요.”
지금 이 사람에게 맞는지를 먼저 생각한다. 그래야 다음에도 다시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한 미장원을 홍보하기 위해 쓰이지 않았다. 다만 지역은 결국 이런 사람들과, 자주 가는 장소들에 의해 유지된다는 사실을 남기고 싶었다.
자주 가는 곳에는, 언제나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