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실패를 연습하고, 실패를 경험하는 곳
아날로그 트윈 보드게임 존이 만드는 실패의 체험
요즘 사람들은 단순한 경험에서 멈추지 않는다.
자신의 기분을 어떻게 정리할지, 실패 이후의 마음을 어떻게 다룰지, 그리고 다음 선택으로 어떻게 돌아갈지를 함께 고민한다. 문제는 많은 사람이 실패와 불확실성을 충분히 분석하기도 전에 감정에 붙잡힌다는 데 있다. 창업자도, 직장인도, 청년도 마찬가지다. 생각보다 다음 선택을 망치는 것은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 뒤에 오래 남는 감정일 때가 많다.
이 지점에서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등장했다.
실패연구소. 책임연구원 이규범은 이 실험적 보드게임 공간을 아날로그 트윈 보드게임 존이라고 부른다. 그는 실패를 없애주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실패를 일상적으로 마주할 수 있는 장면으로 꺼내놓는다. 보드게임을 통해 실패와 불확실성을 안전하게 연습하게 하고,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과정을 통해 다시 현실로 돌아갈 힘을 돕는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실패를 경험하게 하되 다치지 않게 하고, 감정을 해석하되 상담처럼 무겁지 않게 만들며, 마지막에는 의미 있는 기록으로 남기는 체험형 콘텐츠 플랫폼이다.
실패를 배우는 시대, 실패를 연습하는 콘텐츠
요즘 콘텐츠 시장에는 힐링, 몰입, 자기관리, 생산성 같은 키워드가 넘친다.
그런데 그 사이에서 은근히 비어 있는 주제가 있다. 바로 실패다. 누구나 실패를 말하지만, 실패를 구체적으로 경험하고 해석하게 만드는 콘텐츠는 많지 않다.
그 점에서 이 기획은 꽤 지금답다.
성공 공식을 복제하는 대신, 실패를 견디는 감각을 다룬다. 잘되는 사람의 루틴보다 무너지는 순간 드러나는 자기 반응을 본다. 그리고 그것을 게임이라는 낮은 진입장벽의 형식 안에 담아낸다.
이 프로젝트가 흥미로운 이유는 어쩌면 여기에 있다.
실패를 가르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대신 사람들 스스로가 한 판의 게임 안에서 자기 모습을 보게 만든다. 그것은 평가보다 관찰에 가깝고, 조언보다 체험에 가깝다.
결국 실패의 경험을 보드게임으로 옮긴다는 것은 실패를 가볍게 만들겠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실패를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보고, 조금 더 안전하게 해석해보겠다는 뜻에 가깝다. 그리고 지금의 소비자는 바로 그런 경험을 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완벽한 성공의 환상보다, 실패 이후의 자신을 다루는 법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 이 보드게임 랩은 아마 그들에게 꽤 의미 있는 테이블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