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지은 하루
직장인의 점심은 왜 늘 급할까
한빛문학회 소속 이동준 작가
뮤지컬에는 인터미션이 있다.
보통 20분 남짓의 짧은 시간.
막이 내리고 조명이 꺼지면 관객들은 우수수 자리에서 일어난다.
화장실에 다녀오고, 근처 매점에 들러 물을 사고,
방금 본 장면과 배우의 연기, 무대 연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에게 인터미션은 공연을 잠시 내려놓고 숨을 고르는 시간이다.
하지만 무대 위 배우들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20분 안에 분장을 고치고, 대본을 다시 확인하며,
다음 장면을 위한 호흡을 가다듬는다.
무대는 다시 세팅되고, 오케스트라는 풀어졌던 악기를 조율한다.
누군가에게는 여유로운 20분이, 누군가에게는 2분처럼 흘러간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이 끝나면, 공연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시작된다.
직장인의 점심시간은 이 인터미션과 꼭 닮아 있다.
오늘도 나는 무대에 오른다.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순간부터 이미 공연은 시작된다.
회의는 이어지고, 전화벨 소리는 사무실을 가득 채운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연주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소리들 사이에서
나는 거기에 맞는 대사를 뱉는다.
늘 하던 말들이지만,
가끔은 의도치 않은 삑사리처럼 실수를 하기도 한다.
분명 맞는 음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딘가 어긋난다.
그렇게 맞이한 점심시간,
나라는 조연배우는 다시 다음 장면을 준비한다.
음식점을 고르고, 상사의 눈치를 살피며 숟가락을 든다.
이 자리가 편안한 식사가 아니라는 걸 이미 알고 있다.
오히려 궁금한 건
방금 전 내 대사가 괜찮았는지,
그 작은 실수가 관객들에게는 어떻게 보였을 지다.
지금 눈앞에 놓인 밥의 맛보다,
그 평가가 더 신경 쓰인다.
그렇게 다음 무대를 위한 인터미션은 끝나간다.
이렇듯 직장인에게 점심시간이란
온전히 쉬는 시간이 아니다.
단순히 밥을 먹는 시간이 아니라,
일을 이어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다.
우리는 그 과정 속에서
생각보다 더 촉박한 삶을 살고 있다.
조금만 더 여유로운 점심시간이 있다면,
나도 잠시 배우가 아닌 관객의 마음으로
이 공연을 바라볼 수 있을까?